2019년 인도에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갔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짐을 줄여 올 요량이었다. 


사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인도에 네 번째 간 것이었기에 인도에서 살 수 있는 것 중 내게 이색적으로 보이는 건 거의 없었다. 


더구나 이미 집에 인도에서 가져온 이런저런 소품이 차고 넘쳤다. 또 현지에서 아무리 눈에 띄어 한국에 가져온다 한들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다소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내가 2019년 인도에서 '와우 이건 사야 돼!'라며 지갑을 열고, 친구들 선물로도 바리바리 사 온 게 있다. 그리고 이것을 지난 2년 동안 매달 매우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그건 바로 면 정혈대 -  




난 원래 한국에서 내내 일회용 정혈대를 사용했다. 몇만 원 주고 산 정혈컵이 있었지만 익숙지 않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가히 신세계라는 탐폰도 2019년 인도에서 처음 사용해봤다. 탐폰은 듣던 대로 편리했지만 비닐로 낱개 포장이 돼 있어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면 정혈대라는 대안이 있다는 것은 일찍이 알고있었다. 하지만 사용할 계기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안그래도 불편하고 힘든 정혈, 일회용 정혈대의 편리함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내가 인도에서 '이건 사야겠어!'라며 지갑을 열게된 건 이 제품을 직접 만든 사람들과 만난 것에서 시작한다.





# 직원 아닌 모두가 사장


남인도 오로빌에서 살 때 일이다. 이때 내 주된 일과는 오로빌 안팎 이곳저곳 어슬렁거리기. 오로빌은 세계 최대 대안공동체로 전 세계인들이 모인 거대한 실험장 같은 곳이다. 그 매력에 오로빌을 세 번째 찾았을 때에야 비로소 오로빌 안과 밖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오로빌과 가장 가까운 도시인 첸나이는 인도에서도 꽤 부유한 도시지만, 오로빌 바로 밖 로컬은 가난한 동네다. 


그 간극이 눈에 밟히던 찰나, 오로빌 한켠에 자리잡은 에코 펨(Eco Femme)을 우연히 찾게됐다. 에코 펨에서 로컬 여성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천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뭘 만들고 있냐고 묻자 매니저가 수제 면 정혈대를 만들고 있고, 만드는 사람들은 에코 펨의 직원 개념이 아닌 개별 사업자라고 했다. 즉, 구매가 발생하면 생산자에게 직접 돈이 지불되는 방식. 


출처 | naturalflow



이 아이디어가 꽤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일회용 정혈대 사용에 죄책감을 느끼던 바, 이참에 빨아쓰는 면 제품으로 갈아타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 빨아쓰는 면 정혈대, 직접 써보니 


그리하여 사용하게 된 빨아쓰는 면 정혈대. 지난 2년 동안 써보니, 좋다. 추천이다.


원래 사용하던 일회용 제품과 같은 디자인에 날개 부분에 똑딱이만 추가된 생김새다. 편리하다. 


가장 걱정됐던건 세탁이었는데, 직접 해보니 할 만 하다. 따뜻한 물로 피가 모두 빠져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헹구고 비누로 조물조물 해서 말리면 끝.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따지자면 나는 게으른 축이다. 이런 내가 할 수 있다는건 실로 그닥 번거롭지 않다는 방증. 


아주 가끔, 피치못하게 일회용 정혈대를 쓸 때도 있지만 지난 2년간 대부분 에코펨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일회용 정혈대는 썪는데 수십-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빨아쓰는 리유저블 정혈대로 갈아타는 것도 한 번 고려해보자. 일단 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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