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고통에 찌들 때마다 <동물원에서 사라진 철학자>' 133페이지를 펴들고 키에르 케고르를 읽는다. '고통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키에르 케고르의 저서 <죄인가? 무죄인가?>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고 한다.

내 삶이란 피곤과 고통 이외의 무엇인가?
 이어 바닷가에서 먹이를 찾아 입을 벌리고 있는 조개에 대한 묘사로 이어진다.

한 아이가 막대기를 찔러 넣자 조개를 입을 다물 수 없게 됐다. 아이는 장난에 싫증이 나서 막대기를 거둬들이지만 작은 나뭇조각이 조개 안에 남고 말았다. 다시 입을 닫은 조개는 안쪽 깊은 곳에서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만 그 조각을 꺼낼 수는 없다. 아무도 살 속에 박힌 가시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조개는 다시 입을 다물었으므로. 가시가 박혔다는 것은 그만이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