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쓴 어린 시절 책수첩. 

지금은 이 블로그에 독서 경험을 기록해두지만, 어릴 땐 이 수첩에 읽은 책 제목을 써놓곤 했다.  

어릴 때 읽었던 책 제목들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감정들, 분위기,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당시의 나 etc. 

내 인생 첫 (어쩌면 마지막) '사랑하는 작가'였던 심경석 선생님의 책들도 많이 눈에 띄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참 열성적으로 읽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심경석 선생님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는데, 내가 재학 중 퇴임하셨다. 선생님 퇴임식날 운동장에서 어린 아이의 알 수 없는 서러움 기재가 폭발해 주룩주룩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앞에 가서 인사라도 드리라고 등을 떠밀었는데 쑥스러워서 엄마 등 뒤에 숨어서 눈물만 훔쳤다. 지금 와 생각하면 뭐가 그리 쑥스러웠는지.... 냉큼 가서 인사도 드리고 싸인도 받았어야 할 타이밍에 울고 있었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또 언제 심경석 선생님을 사랑했던 것처럼 한 작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선생님 책을 정리하는 것은 유년시절 추억을 내다 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얼마 전 대대적인 책정리를 했을 때에도 선생님 책을 단 한 권도 정리하지 못했다. 



ps. 어릴 때 책을 꽤 많이 읽었구나. 책 읽기를 게을리하는 어른이 된 것 같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