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뉴스타파

정운현 선생이 쓴 임종국 평전을 읽은 후 한국의 친일 잔재 청산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 관심의 끈을 이을 다음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뉴스타파>가 2015년 해방 70주년 기념으로 기획 보도하고, 이후 취재 내용을 단행본으로 묶어 낸 <친일과 망각>이다. 이 책은 뉴스타파의 김용진, 박중석, 심인보 기자가 썼다.






책을 읽으며 눈물이 났다. 때로는 분노가 일어 난 것이었고 어떤 벅찬 감정이 올라와 그렇기도 했다. 이런 취재를 해 책으로 낸 기자들에 대한 부러움도 주책맞은 눈물에 한 몫 했다.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친일파 후손들을 전수조사해 인구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또 그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선대의 친일 행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기자들은 여러번 강조한다. 이 기획의 취지는 친일파 후손들을 추적해 그들에게 연좌제를 물어 다그치기 위해서도, 사과를 강요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다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 지배에 협조한 선대의 행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서라고. 이 점은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은 선택할 수 있다"라는 문장에 잘 녹아 있다. 자신의 삶을 양심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취재진이 연락을 취한 친일파 후손 중 단 3명 만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 수가 너무 적어 아쉽지만, 너무도 소중한 양심의 목소리들이다. 

취재진은 친일 후손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절실하게 듣고 싶었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결코 쉽지 않은  친일 후손과의 접촉 취재 과정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기자로 일하며 얼마나 '절실하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좇았는가, 라는 물음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부끄러워졌다. 

책을 읽으며 너무도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선대가 물려준 경제적, 문화/교육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 기득권으로 잘 살고 있는 친일 후손들과 상반되게 열악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다. 


독립운동을 하다 가족을 살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담아 셋째 아들에게 시 한 수를 써준 김창숙 선생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시를 받아든 아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해방 70년이 훌쩍 지났지만, 친일파에 대한 연구가 임종국 선생이 쓴 <친일문학론>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현실이 답답하다. 나는 이 답답함을 안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친일문학론>을 구해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