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물이 화자인 얘기가 너무 읽고싶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이다. 

책을 읽고 알게된 바, 이 책도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 진짜 이 책을 펴도 저 책을 펴도 갑분니.... 왜죠...?!?!?!?!? 니체에 천착할 타이밍인가보다. 


진보 혹은 퇴보 


<야성의 부름>은 '벅'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판사 집 개로 태어난 벅은 문명의 세계에서 살다가 썰매개로 팔려간다. 벅은 알래스카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사 집에서 익혔던 문명의 감각을 털고 그 자리에 야생의 감각을 채워넣는다. 

잭 런던은 이렇게 서술한다. 

그의 진보(어쩌면 퇴보)는 아주 빨랐다. 

벅이 생존을 위해 잠자고 있던 야생 본능을 깨우는 장면은 분명 진보라 할만 하다. 하지만 '길들여짐'을 수반한 문명의 관점에선 퇴보다. 

벅은 '진보(어쩌면 퇴보)'를 하며 훌륭한 썰매개로 거듭나는데 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지평선을 한껏 밀어붙인다. 

벅은 자신 안에서 들리는 '야성의 부름'을 듣고 인간과의 모든 관계를 끊는다. 그리고 늑대 무리에 들어가 늑대들의 리더 유령 개가 된다. 니체가 말한 위버맨쉬 경지로 들어선 것이다. 

벅이 유령 개가 되기까지 그는 세 단계를 거친다. 

1. '판사 집'으로 대변되는 문명 세계. 
2. 몽둥이와 엄니가 지배하는 알래스카. 벅은 살아남기 위해 진보(어쩌면 퇴보)를 한다. 
3. 몽둥이와 엄니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야성의 세계. 

두 번째 단계에서의 진보(어쩌면 퇴보)가 없었더라면 벅은 결코 위버맨쉬의 단계로 접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진보는 종종 퇴보로 오해받는다. 사회의 룰 같이 한정된 렌즈로 본다면 퇴보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패러다임에 철저하기 종사하는 사람은 진짜 진보를 독해할 문해력이 없다. 이들은 이미 갖춰진 틀 안에 안전하게 머물면서 진보를 간편하게 힐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