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읽었다

책을 읽은건 전적으로 친구 LJ 추천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고약한 취향이 있어서 LJ 추천이 아니었다면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버젓이 올라 있는 책을 읽을 확률은 극히 낮았을 것이다

그러니 LJ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LJ 내가 성인이 됐을 알게된 친구다. 대학생 시절에는 교류가 없었다. 그를 알게된 오랜 시간이 지난 최근에서야 LJ 내가 비슷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알게됐다.

같은 것에 분노하고 비슷한 문제의식, 취향을 가지고 있는 같다. ‘같다라고 내가 이렇게 생각할 그가 어떻게 느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LJ 나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LJ 대학원을 졸업하고 최근 출판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녀석이다. 나는 독서라는 취미가 그와 나의 신뢰에 어떤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책 읽기야 고전적일 정도로 너무 흔한 취미이지만 요즘 세상엔 진귀한 것이 된 활동이지 않는가.

LJ 가끔 사촌누나 얘기를 했는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공저자 명인 김하나가 LJ 사촌누나다

LJ 사촌누나가 책을 내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 내게 추천했고 
나는 전적으로 LJ 대한 우정 내지 의리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읽기 시작했다

시작은 친구에 대한 어떤 의무감(?)이었지만 책을 읽은 시점인 지금 생각하건대 나를 책으로 인도해준 LJ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책은 제목 그대로 여자 둘이 사는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 , 고양이  - W2C4 -  사는 이야기다

아직까지는 이런 생활공동체 조합이 생소한 개념이다. 그래서 자체를 소재삼아 단행본이 나오고 비슷한 다른 생활공동체가 얼마전 한겨레신문 토요판 표지 기사로 실리기도 했다. 기사 댓글에는그래봤자 남인데 수틀리면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될 거다라는 내용이 많이 달렸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게 뭐가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인간 관계란 원래 뭉치기도 헤어지기도 하는 존재다. ‘결혼 의한 가족 제도로 편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그래봤자 너넨 이라는 눈초리를 보내는 유치하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이런 생활공동체 조합은 흔하디 흔한 유형이 것이다. 특히나 가부장제 가족 사회의 약자인 여성 입장에서 매력적인 유형이다

내가 앞으로 꾸릴 생활공동체의 모습도 이와 비슷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중간중간 김하나, 황선우,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사진이 종종 나오는데 김하나의 모습에서 친구 LJ 모습이 조금씩 보여 점도 재밌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LJ 김하나, 황선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동거인이 있을까?’ 
만약 내가 친구랑 같이 산다면 어떤 친구랑 같이 살고 싶을까?’ 질문을 떠올렸다

책을 김하나, 황선우는 너무 매력적인 동거인이다. 세심하게 편집된 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접했으니 당연히 그런 까닭도 있을테지만 방구석 독자로서 약간의 질투가 느껴졌다

나는 하면 안으로 숨어버리고 우울함을 디폴트로 안고 살고 농담도, 살림도 못하는데 그래도 좋은 동거인이 있을까? 부딪혀 보기 전까지 모를 일이다

책은 사람의 동거라이프에 대한 담백한 에세이지만, 것도 없는데 신화처럼 떠받들여지는 가족 제도에 대해 산뜻한 펀치를 날린다. 애써 문제의식으로 무장하지도 않았고 비판적 자세를 취하지도 않고 아주 산뜻하게

정상 가족의 안에서만 살아온 나지만, 정상 가족의 신화에 염증을 느낀다. 인간 관계가 본디 사람 사이 바람 하나 지나갈 정도의 선선한 거리가 있어야 건강하게 유지될 있는데 결혼에 의한 가족 관계에서 선선한 거리는 종종 실종되고 결과적으로 남는 것이라고는 숨막히는 희생을 강요받을 때가 많으니까. 특히 가부장제 최전선인 결혼 관계에 들어간 여성에게는 더더욱



책에는 유럽의시민 조합얘기도 잠깐 나온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우리에겐 다양한 관계, 어떤 관계를 우월시 하지 않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 징징거리며 어리광을 부려봤자 아무도 받아주는 이가 없다면 어른이 될밖에. 
  • 조금 찌그러져 있는 내 자아에까지 팽팽하게 콜라겐을 공급하는 듯했다.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 외모가 번지르르해도 공허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집이 엉망진창이어도 일할 때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고 믿고 싶다. 
  •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었다. 그것도 매일매일 끝없이 들고 나는 파도처럼 이어질 ‘생활 습관’이라는 거대한 영역에서. 
  • 나는 모로 피해 얼음 벽을 치는 사람이고, 김하나는 정면으로 불화살을 쏘아대는 사람이다. 
  • 나 같은 사람의 애착 관계 형성 양상을 ‘회피 유형’으로 분류한다는 걸 알았다. 공격적으로 말하기보다 부드럽게 둘러서 얘기하고, 마찰이 생길라 치면 상황을 외면해버리기에 독립적이고 쿨해 보이는 이런 사람들은 실은 비겁한 부류다. (황) 
  • 실망하기 싫어서 기대하지 않은 척하고, 부딪치기 싫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척하는. 인격이 성숙해서 잘 안 싸우는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미숙해서 잘 못 싸우는 사람에 가까웠던 거다. 
  • 내가 이제야 배운 싸움의 기술은 이런 것이다.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하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입으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어떨지 언급하고 공감하기. 
  •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우고, 곧 화해하고 다시 싸운다. 반복해서 용서했다가 또 실망하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지는 교전 상태가, 전혀 싸우지 않을 때의 허약한 평화보다 훨씬 건강함을 나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