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1903.01.25-1926.07.23)가 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더스토리)를 읽었다. 리디북스에 '가네코 후미코'를 검색했을 때 뜨는 네 권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책이다. 

띠지엔 "영화 <박열>의 모티브가 된 감동 실화" "대한민국이 꼭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 박열을 사랑한 가네코 후미코의 뜨겁고 따뜻한 옥중 수기!"라고 적혀 있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이 띠지 문구를 평가하는바, 별로다.

먼저 후미코는 "독립운동가 박열"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박열에게 '당신 독립운동하는 조선인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갈 수 없다'라고 말했었다.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소개하기엔 옹색하고 형편없는 소개 문구다. 

그렇다고 다른 세 권.

- <개정판 | 가네코 후미코 -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 제국의 아나키스트>
- <나는 나 -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학사) 

위 세 권이 각자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 제국의 아나키스트?'. 코웃음이 쳐진다. 후미코는 그 자신이 열악한 환경에 늘상 몰려있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동정심이 있었을 뿐, "식민지 조선을 사랑"하지 않았다. 

물론 이 책들을 읽지 않아 속단하기 이를 테지만, 적어도 가네코 후미코의 옥중 수기를 충실히 읽은 독자로서 출판사가 내놓은 이런 띠지 소개 문구에 짜증을 느낀다. 

각설하고.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해보자. 

후미코는 23살에 감옥에서 죽었다.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었기에, 사형으로 생을 달리한 것도 아니다. 자살했다는 기록도 없다. 그저 죽었다. 이렇게 공백이 있는 죽음이라면, 어떤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가 어떻게 죽었든, 요는 이것이다. 
스물셋, 그것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후미코가 열악한 옥중 환경에서 몇 개월 만에 자신의 일생을 쓴 이야기인데, 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다. 셈이 날 정도. 

다만 그가 재판장(이었나? 혹은 조사관이었나. 하여튼)의 '재판에 참조할 테니 네가 왜 이렇게 됐는지(죄인으로 이 자리에 있는지) 네 삶을 이야기해보라'는 요구를 받고 쓴 이야기라는 게 아쉽다. 

그래서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멋없는 제목이 나오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후미코가 다른 앵글로, 다른 요구로, 아니 처음부터 순수하게 자신의 감흥으로 인생을 복기했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죽은 자를 깨울 수 없는 후세의 독자는 무망하게 이런 상상을 해볼 뿐이다. 

책에서 '박열'이 차지하는 부분은 뒤에 극히 짧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철저하게 후미코 그 자신에 대한 책이다. 학대와 가스라이팅으로 점철된 환경에 놓여있었지만, 이런 것들로 꺾이기엔 지나치게 자의식이 높고 영민했던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무적자로 삶을 시작해, 가난과 가부장제에 짓눌려 산 삶이다. 그래도 그를 동정은 않는다. 동정은 후미코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이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누군가의 동정을 받기엔 너무도 강인한 삶을 살았기에. 

강인한 삶이 너무 일찍 스러졌다. 다만 이게 몇 번이고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