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히 사랑하는 게 있다면, 책


책에 관한 모든 걸 좋아한다. 책과 관련된 오브제, 책의 물성, 서점, 헌책방, 책 냄새, 책 만드는 사람들, 북 카페, 전자책 단말기, 서평 쓰기, 책 선물 하기, 책 선물 받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책을 많이 읽었던 시기와 행복했던 시기가 일치한다. 반대로 우울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때 읽었던 책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내 삶을 꿰뚫는 경향성이다. 책은 삶에 애착을 갖게 하는 묘약 같은 존재. 안정제이자 오락물이자 엔돌핀이고,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애인이자, 추억이자, 나침반이자, 결정적으로 물욕이 폭발하는 포인트.

나는 왜


나는 왜 책을 좋아하게 됐나. 가장 큰 이유는 아주 오랫동안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이지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떠오른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은 언제나 책을 읽는 이미지였다. 나는 꽤 오랫동안 꾸준히 이 이미지를 체화해온 셈이다.
그다음 떠오른 이유. 남들과 비슷한 흔한 이유다. 뭐든 알고 싶은 욕망. 지식이든 이야기든,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경험이 좋으니까. 최근 추가된 이유는, 단절된 시간이 필요해서이다. 디지털 시대의 미친 속도와 다소간의 얄팍함에 때때로 피로함을 느낀다.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다. hyper connected SNS보다 책이 가져다주는 느슨한 연결이 좋다.
또 다른 이유. 부모님의 영향. 부모님은 4살 터울 오빠의 졸업식 때 산 인조 꽃다발을 장롱에 몇 년씩 보관해 내 졸업식 때 다시 꺼내 썼을 정도로 알뜰하신 분들이시다. 집에서 둘째이자 막내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새것을 가져본 기억이 별로 없다. 옷이든 장난감이든 대부분 오빠나 엄마 친구 딸에게 물려받았다. 단, 책은 예외였다.

애독가라기엔... 그저 애서가


부모님은 '책에 돈 아낄 필요 없다'라는 주의였다. 이런 까닭에 내가 가진 모든 물욕은 책에 집중돼 버렸다. 요즘엔 '책이 나를 도왔으니 나도 책 생태계에 뭐라도 기여해야해!'라는 오지랖으로 도서 구매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애독가라기보다는... 애서가가 됐다. 책 읽는 속도가 책 사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지 못한다.
각설하고, 프로 애서가-아마추어 애독가로서 '책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 문득 그 독서 경험을 정리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내가 읽은, 책에 관한 책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_ 니시야마 마사코 지음/김연한 옮김

친구 미진이 '네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 도움이 될 거야' 라며 빌려준 책이다.
미진은 내 대학 동기다. 지금은 우연히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미진을 만나면 일상, 고민, 생각, 감정 등을 어지러이 털어놓는다. 그러면 미진은 마치 처방 내리듯 나에게 책을 빌려준다. '네가 읽으면 좋을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지속 가능한 출판을 위하여'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총 10개의 1인 출판사 및 소규모 출판사 이야기를 담고 있고 중간중간 인터뷰, 칼럼, 취재 글이 배치돼 있다. 담백하면서도 풍성하다.
1인 출판사 대표들의 서사는 각자 너무나도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출판하는 책의 종류가 그림책부터 사진집, 문학까지 다양해서 그런 까닭도 있거니와 1인 출판사를 차리기까지 겪은 삶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 니시야마 마사코는 1인 출판사 대표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목소리 그대로 책에 담았는데 그 내용이 너무 진솔해 저자의 인터뷰 스킬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는 '책이 있는 세상과 책이 없는 세상의 사이를 여행하다'이다. 이 챕터는 사우다지북스(Saudade Books)의 아사노 다카오 대표 이야기인데, 그는 한때 문화인류학 연구자를 꿈꿨다고 한다. 책이 있는 세상과 책이 없는 세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그의 고민이 아카데미즘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내 경험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사노 대표가 책 만드는 사람이 된 계기가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닌 스승이 시켜서 한, 완전한 '타력'에 의한 것이라는 대목이 좋다. 포장이나 가식이 전혀 없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진심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작가, 디자이너, 편집자, 출판사, 서점, 유통업자, 인쇄소 등 많은 사람의 '진심'이 쌓여야만 좋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프로 독자로서 그들의 마음이 감사해진다.
ps. 책갈피

#<지금 여기 독립출판> _propag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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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 일본의 독립출판 이야기를 한다면, <지금 여기 독립출판>은 한국의 독립출판을 이야기한다. 2013년 출간됐는데 나는 2016년 2월 18일 여의도 영풍문고에서 구입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이날 오후 업무 오프를 받고 신이 나서 영풍문고로 달려갔다.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웠다. 사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고 자제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고 자제력이 무너져버렸다.
2016년은 내가 독립출판에 몰두하던 때다.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어마인드나 더북소사이어티 사이트를 드나들며 어떤 책을 살지 고민하다가 직접 보지 않아 감이 안 와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만난 독립출판 관련 책이니 살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독립출판사 이름과 설립연도, 사이트 주소가 담겨 있다. 책을 데리고 집에 오자마자 수록된 독립출판사의 사이트에 하나씩 들어가 봤다. 그리고 실망했다. 사이트 상당수가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This page is not found' 따위의 실망스런 문구만 띄웠기 때문이다. 처참한 기분이었다. 2013년 '지금 여기 독립출판'은 2016년 더이상 '지금 여기'가 아니었다.

#<책과 집>_데이미언 톰슨 지음/정주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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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이던 시절, 신촌 알라딘에서 데려온 책이다. 그 시절 나는 뻔질나게 신촌 알라딘을 드나들었다. 흔하디 흔한 대한민국 취준생이 그러하듯 너무 답답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불안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 내 젊음이 좋았다. 그래서 책방에 갈 수밖에 없었다.
<책과 집>은 '책'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 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책으로 가득한 공간, 책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을 모아 놓은 사진집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어렴풋이 책이 훌륭한 인테리어 오브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돈벌이도 없던 시절 매일 '독립하면 집 전체를 서재로 만들고 책 읽기 가장 좋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꾸게 만든 책이다. 아직 독립은 하지 못했지만 이 꿈은 여전하다.

#<책벌레> _ 클라스 후이징/박민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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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천호동 교민문고에서 산 책이다. 이 책을 만난 감정 역시 생생하다. 책장에 세로로 꽂혀 있는 걸 제목이 마음에 들어 뽑아 들었다. 표지 커버에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한 남자가 그려져 있다. 입을 약간 벌리고 책에 정신이 팔려 있다. 책을 빼 들면서 이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표지를 보고는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취향 저격.
<책벌레>는 아주 독특한 소설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 노련하다. 본문은 한 남성의 초상화 삽화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차는 '한층 더 정확한 독서를 위한 정중한 초대'. 첫 문장은 '이 얼굴이 우리를 우롱하고 있는가? 이 초상화가 거짓말을 하는가?).
초상화의 주인공은 괴테 시대의 목사 요한 게오르크티니우스다. 그는 광적으로 책을 탐닉하다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요한 게오르크티니우스와 현대의 책벌레인 팔크 라인홀트, 시대를 달리하는 두 책벌레의 이야기다.
<책벌레>에는 "책의 제목은 그 사상을 결정짓고 요약하는 것이 아닌 혼동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책 제목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새로운 접근 방법이어서 충격적이었다. 속으로 언젠가 내가 쓴 글에 '내용을 혼동시키는 제목'을 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기자가 됐고 내용을 완벽하게 요약하는 제목짓기만 하고 있다.
또 재밌는 건 책에 "예, 엄마. 이제 책 놓을 공간이 부족해요. 침대도 방 한가운데로 옮겼어요. 벽 네 개가 다 필요하니까요."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한 3년 전 이 상황이 실제로 나에게 비슷하게 일어났다는 점이다. 내 경우엔 아예 방에서 침대를 뺐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분서자들> _ 마린 카르테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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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자들>은 총 3권으로 이뤄진 소설이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14살-7살 어린 남매다. 오빠 오귀스트 마르스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소년이고 동생 세자린 마르스는 숫자에 천재성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다. 남매는 아빠의 죽음을 시발점으로 세상 모든 책을 파괴하려는 분서자들과 책을 지키려는 결사단 간의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게 된다.
처음엔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하루종일 책을 읽을거야!'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음은 그닥 가볍지 않았다. 소설 속 분서자들의 계획이 내가 현실에서 잘 알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현실 프로젝트와 너무 닮아 있었다. 그 기업은 구글(Google)이다.
아담 머피의 프로젝트는 몇 년 사이에 옥스퍼드, 하이델베르크, 바티칸 등 대형 도서관들을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해 2000만 권이 넘는 작품을 소장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저작권 보호라든가 사생활 보호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자유롭게 책을 고르며 종이를 넘기는 일이 영영 사라질 거라고 염려했다. 그러자 미국 국회에서 조사를 시작했고, 독일 정부와 일본 정부는 자국 작가들이 디지털화 작업을 금지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굿북스 프로젝트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적인 디지털화 작업을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내 아버지를 선두로 도서관장들이 디지털화 작업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책이 스캐너로 입력된 뒤에야 비로소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굿북스 프로젝트 중단이 결정되었다. - <분서자들> 2권 中
소설에 등장하는 분서자 아담 머피는 구글의 공동창립자 레리 페이지이고, 굿북스 프로젝트는 구글이 2002년 시작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랑 똑같다.
구글이 전 세계 모든 책들을 디지털화한다는 야망을 실천에 옮긴지 15년째이다. 이전에도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이 어럿 있었지만, 구글같이 스케일 크게 구상한 회사나 단체는 없었다. 구글은 스캔 속도와 비용을 낮췄고 세계 여러 공공도서관들과 개별적으로 비공개 계약을 맺으며 구글 북스 라이브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글, 돈·기술· 배짱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사람들이 상상만 했던 일들은 세계적 규모로 저질러 버리는 기업.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라는 모토를 전제로 사업을 벌인다고 한다. 이 모토로 짐작컨대 구글이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분서자들같은 음모를 꾸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곧 구글의 모든 사업이 선(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구글이 지식과 정보 데이터를 축적, 사유화해 가까운 미래에 어떤 사업을 벌일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만일 구글의 의도대로 된다면 구글은 20세기에 출판됐다가 절판된 수백만 여권 책들의 디지털 파일들을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책과 독자들, 출판업자들, 저자들, 도서관들, 그리고 구글 간 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시바 바이디야나단은 <구글의 배신>에서 구글 책 디지털화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순진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가 매우 논쟁적이고 위험한 야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소설 속 분서자들의 계획은 '악해지지 말자'를 모토로 움직이는 구글과 달리 대놓고 나쁜 놈들 역할에 충실하다. 분서자들은 굿북스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이집트의 재앙 XI'에 착수한다. 전 세계 종이책들을 모조리 파괴해버리고 디지털 작업이 끝난 책들의 내용을 입맛에 맞게 수정해버리려는 극악무도한 계획이다.
'이집트의 재앙 XI'에서 종이책 파괴를 위해 고안된 게 유전자변형 곤충(IGM)이다. 종이를 자연적으로 처리하는 IGM을 만들어 종이책 바코드에 심ㅣ 유통해 책을 말 그대로 분쇄해버리겠다는 아이디어다.
책을 갈아버리는 유전자변형 곤충은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작년에 과학자들은 아예 인조 생명체,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 JCVI-syn 30'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험실에서 473개의 유전자를 가진 인조 생명체를 창조하기까지 하는데 유전자변형 곤충이야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분서자들>은 그저 타임 킬링용으로 읽을만한 소설이 아니다. 인류가 책과 지식, 진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유전자변형 기술이 악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쯤 되니 마린이 기술 회의주의자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야기의 열쇠 '읽을 수 없는 책'이 사실은 햅틱 인터페이스(인간의 5개 감각 중 촉각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책은 사상, 시대, 작가의 불멸을 의미한다. 분명한 건 구글이 되었든 혹은 다른 기업, 단체가 됐든 하나의 단체가 책을 독점하는 미래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디스토피아적이란 사실이다.
마린이 <분서자들>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구글 북스가 세상의 책과 지식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지켜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되찾은 : 시간> _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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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이 선고되던 날 산 책이다. 왠지 그 탄핵을 기념(?)해야 할 것 같았고 나는 책을 사기로 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되찾은 : 시간>이 내 손에 들어왔다. 따뜻한 책이다.
저자는 프루스트의 서재의 책방지기. 그는 이천십오년 일월 이일부터 이천십오면 십이월 이십팔일까지의 책방을 운영하며 일어난 일상을 담담하게 기록해 책으로 엮었다.
책을 좋아하는 청년이 줄곧 살아온 동네에 낸 헌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한다. 특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대목이 적힌 페이지(p135, p155, p211)에 향수를 뿌렸다. 나중에 이 부분을 또 폈을 때 마음이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향기에 담아. 일독을 권한다.

#<뉴욕의 책방> _ 최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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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있는 책방 20곳을 소개한 책이다. 사다나의 천사들과 여행 중에 들린 작은 서점에서 샀다. 카드 결제기를 들여놓지 않았을 정도로 아주 작은 책방이었다. 책방 주인은 지용의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었다. 당시 현금이 없어 난감해하자 주인은 일단 책을 가져가고 나중에 입금해달라고 했다. 서울에서라면 결제가 이뤄지기 전에 책을 가져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방 주인은 내가 자신 지인의 지인의 친구라는 이유로 경계를 전혀 하지 않으며 '가져가시고 돈은 천천히 입금해주시라'고 말했다. 그 경계심 없는 맑은 마음이 놀라웠고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뉴욕. 뻔하게도 뉴욕. 막연히 '언젠가 뉴욕에서 살거니까, 지금부터 미래의 동네 서점들을 익혀놔야지'라는 마음에서 <뉴욕의 책방>을 데려왔다. 내가 뉴욕을 찾을 그 날까지 책에 소개된 서점들이 꼭 살아남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