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마이클 무어 홈페이지)가 쓴 <멍청한 백인들>을 읽었다. (책에서 무어가 '베이비 부시'라고 조롱하는) 조지 워커 부시가 2001년 미국 제43대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한 다음해인 2002년 출판된 책이다.

# 왜 이 책을 집어들었냐면

45대 미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며, 이런 이유가 나온 5가지 이유까지 거의 맞춘 마이클 무어에게 필 받아서.

미국의 2016년 45대 대선 결과(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승)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아니 충격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다. 우울했고 실망스러웠다. '씨발!'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미국인들은 돌아버린 건가?'라는 걱정에서 책을 집어들었다. 이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내렸는지 알아야 했다. 이번 대선은 백인 우월주의, 남성 우월주의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선거였다. 때문에 <멍청한 백인들>이 책이 그 해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 내용이 뭐냐면

이 책은 '공교육 붕괴로 인한 조악한 지적 수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흑인과 유색인 차별. 남성 중심의 미국 지배 질서'를 까는 책.

# 재치 뿜뿜 마이클 무어

오랜만에 형광펜을 들고 밑줄을 죽죽 그으면서 종이책을 읽어서일까. 아니면 마이클 무어의 재기발랄한 필력 때문이었을까. 책이 정말 잘 읽혔다. 아마 유머 감각 양념을 담뿍 쳐서 멍청한 권력자들을 탈탈터는 그의 필력이 한 몫 한 덕일테지! 이렇게 과감하게 드립을 날리는 책은 개그맨 전유성이 쓴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이후 처음이야! 옮긴이 김현후의 꿀떨어지는 번역도 거들었다. 예를들어 '백이 흑을 좆 먹이는 대신 흑과 백이 사랑을 나누게 되면 ~'  좆 먹인다는 표현을 단행본에서 본 건  처음이다.

<멍청한 백인들은> 제목 그대로 백인 남성들이 얼마나 멍청한지에 이야기하며 이 멍청이들이 세계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지 고발하고 있다. 멍청한데도 불구하고 우월주의에 절어 있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도덕 감정을 결여된 사람들이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면 세상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책은 '훗' 이러면서 마구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멍청이들이 나오는데 그 중 최고는 단연 미국 제43대 대통령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다. 그는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보다 543,895표를 덜 받고도(그로부터 16년 후 제45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 ㅎㅎㅎ) 대통령 자리를 꿰찼는데 당시 대선은 정말 구린 점이 많았다.  당시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박빙의 승부처,  플로리다주 선거 과정에서 부시가의 비열한 멍청이들이 부당하게 손을 써서 선거 결과를 뒤집엇다는 것이 마이클 무어의 주장이다.

부시가 멍청하다는 것은 미국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책을 일고나니 그의 멍청함을 내가 그동안 과소평가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그가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나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 (정유라, 최시호가 떠오르는 대목)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상당수 이야기가 한 마디로 '빡치는' 이야기들이다. 최고 자리에 올라있는 멍청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꽤 역겨운 일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하려니 마이클 무어는 유머 감각을 발휘해야만 했던 것이다. 책 내용 자체는 너무 화가 나는 내용이라 그의 재치가 없었다면 책을 던져버렸을지도 몰라.

마이클 무어는 43대 대선 당시 녹생당 당수인 랠프 네이더를 지지했는데 그의 선거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무어는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탈탈 턴다. (빌 클린턴도 얼간이지.ㅎㅎ)  그러면서 더 당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자고 선동한다. 화끈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 인상적인 부분

책은 백인 우월주의, 남성 우월주의, 여성권과 낙태, 환경과 기후 문제, 미국의 대외 정책, 학생권과 권위주의, 위선적인 자들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각 부분마다 밑줄을 그으며 인상깊은 부분을 남겨 놨다.

이 포스트에는 '남성의 종말' 파트에 나온 부분을 적어두려 한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 남성에게는 치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앞뒤 안 가리고 지구를 망하게 하는 일에만 몰두해 자멸을 초래한 것이다. 여성은 달랐다. 우리 남성이 이것저것 파괴하느라 바쁜 동안에도 여성은 줄곧 생명을 이 세상에 내놓았다. 한 인종 전체를 멸종시키자는 생각을 한 여성이 있었던가? 바다에 기름을 흘리거나, 곡창 지대에 독을 뿌리거나, 더욱더 큰 다목적 레저용 차량을 디자인한 사람 중 여성이 몇 명이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이 생기고 나서 225년 동안 여성이 1인자나 2인자였던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여성이 조그만 공직이라도 하나 맡을까 봐 안절부절 못했다. 첫 130년 동안은 대통령 선거에 여성은 참여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20년 우리는 관대한 척하면서 여성을 투표에 참여시켰다. 그러고 나서도 권력은 우리가 다 잡고 있었다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될 가능성은 남성이 아내나 여자 애인에게 살해당할 가능성보다 5배 높다.  

#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꼬라지

2016.11.20. 중앙일보 기사: 백악관 들어간 대안우파 사령관, 보수도 진보도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