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15명이 죽고 24명이 부상을 당한 일이다. 사건의 가해자는 이 학교 학생이었던 딜런과 에릭이다. 두 사람은 사실 학교 식당을 아예 날려버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식당에 설치해두었던 폭탄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플랜B를 가동해 총기 난사를 시작했고 원래 계획보다는 덜한, 그러나 여전히 끔찍한 피해를 낳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에릭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딜런의 엄마가 아닌 에릭의 부모라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물음이 계속 떠올랐다.)

책이 다루고 있는 사건이 워낙 충격적인데다가 책의 발화자 역시 충격(?)적인지라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이 책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 중, 콜럼바인 사건 언론보도의 문제점이 나의 관심사와 가장 맞닿아있다. 

수는 책에서 여러번 언론이 콜럼바인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딜런과 에릭이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자살해버린 것은 매우 복잡한 이유와 배경을 갖는다. 그런데 언론이 너무 쉽고, 빠르게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해서 그 결과 진실과 거리가 먼 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는 것이다. 동시에 진실을 보려는 노력은 멀어졌다.

수가 우려한 것은 이런 잘못된 보도들이 딜런과 에릭을 '영웅'으로 만들거나 그들과 같은 일을 저지를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에게 (더 많은 희생자를 내겠다는)경쟁 심리, 모방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는 언론이 '살인-자살'을 다루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확고하게 말한다. 언론보도에 따라 유사 범죄가 확대될수도, 억제될 수도 있다.

수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살인-자살' 보도 지침은 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구성돼 있다. 예를들어

▲총격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말고 특히 무기를 든 모습이나 학살 당시의 옷차림을 보여주지 말 것
▲사용된 무기나 다른 증거물을 보여주지 않을 것
▲범인의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 말고 대신 '살인범' 혹은 '범인'이라고 지칭할 것
▲범인들이 만든 동영상이나 SNS에 올린 선언문 등을 방영하거나 공개하지 않을 것
▲범인을 다른 학살범과 비교하지 않을 것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를 강조하지 않을 것
▲행동의 배후에 있는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을 것  등이 있다.

기자 겸 교수 메그 모리츠(Meg Moritz)는 콜럼바인 사건의 언론보도를 연구하고 'Covering Columbine'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The focus of the documentary is on how journalists, students and community members feel about how the story was reported — both at the time and up to a year later.) 


충격적인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고 사건에 대한 공론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딜런과 에릭이 도서실에서 죽어 있는 사진이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실린 것을 '특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옐로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런데 웃긴 일은 이 상식이 현장과 뉴스룸에서 통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단 것이다. 내가 짧은 기간 기자로 일하며 클릭수를 높일 수 있다면 수치심을 곱게 접어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데스크를 얼마나 많이 목격했단 말인가. 그들도 사석에서는 선정적인 언론 보도에 대해 목소리를 꺽꺽거리면서 핏대를 세웠을 것이다.

일단 모리츠의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 이 글을 이어 쓰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