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과 몇 개의 시험을 앞두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작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날을 보냈다. 마음이 달뜨면서도 동시에 침잠하는 기분이었다. 정규재의 책을 얼마간 읽다가 신문을 뒤적였다. 면접 전까지 오직 '경제'에 관련된 (경제지 면접이라는) 현실 적용이 가능한 책만 읽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에 간간히 <테메레르> 시리즈를 뒤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상식취합본을 뒤적였다. 상식 중에 '다리아 포' 별세가 키워드로 정리돼 있었다. 다리아 포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등 책을 썼는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이라는 제목이 마음을 살살 긁어서 리디북스에 검색을 해보았다. 리디북스에 이 책은 없었다. 리디북스에 들어간 김에 또 이리저리 클릭질을 하다가 <탐서주의자의 책>을 발견하고 사버렸다. (리디북스, 8400원)
다음은 리디북스에 소개된 책 소개.
표정훈, 그에게는 ‘지식인’보다는 ‘교양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파우스트적 욕망과 박람강기의 재주를 잘 겸비한 그는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 출판칼럼니스트, 번역가, 저술가, 작가 등 다채로운 직함을 가지고 ‘책의 갈피마다 나 있는 길, 책과 책 사이로 나 있는 길, 그리고 책과 사람 사이, 책과 세상 사이로 나 있는 길’을 종횡무진 활발하게 걸어왔다. 이번에 발간된 『탐서주의자의 책』은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에 대한 책books on books'이면서 호모 비블리쿠스homo biblicus(책 사람)로서의 정체성과 내밀한 자의식 또한 드러내보이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표현하고文, 기억하고史, 성찰하고哲 싶은 것들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 , 사 , 철의 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매문가賣文家’로 규정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자녀의 신상기록부를 작성하다 ‘부모 직업 기입란’에 맞닥뜨린 그가 고심 끝에 가 닿은 결론이다. 그가 스스로 정의하는 매문가란 ‘글을 팔아 법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뜻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글을 제조해서 납기일에 납품하고 돈을 받는” 일종의 ‘글 제조업자’다. 글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일에 그는 아무런 자격지심이나 시름 섞인 감상을 부여하지 않는다. “글 시장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내놓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내맡기는 일은 신성할 것까지야 없지만 천하지도 않다. (…) 나는 자랑할 것도 없지만 부끄러울 것도 없는 매문가”라는 표현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건강한 긍정과 프로다운 균형 감각이 배어 있다. ‘기획 의도와 독자의 필요에 부응한다는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갖고 ‘글 상품의 질적 재고를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려는 그의 다짐에서 당당한 직업적 윤리의식 또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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