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서 후회가 되는 책들이 있다. 내가 구매를 후회하는 책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약속>__정몽준
-<나의 생명 이야기>_황우석/최재천
-<강신주의 감정수업>_강신주 등이 있다.



후회 No.1. <자유민주주의의 약속> 

출처: 뉴시스

2014년 12월 16일에 구매한 <자유민주주의의 약속>은 <키다리아저씨의 약속>_해밀을 찾는 소망 엮음, <시장경제의 약속>_정몽준/과 함께 정몽준의 약속시리즈 중 한 권이다.  책을 살 당시 나는 순수하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호기심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알고싶더 찰나에 눈에 들어온 책을 산 것. (내 책장이 너무 좌편향 됐다는 문제의식에서 보수주의자인 그의 책을 집어든 이유도 있다)

175쪽밖에 안 되는 얇은 책이기에 금방 후루룩 읽었는데 '이건 뭐 언론고시생들이 쓴 논술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네...(뭥미...ㅎㅎㅎㅎ)'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몽준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대필을 맡겨서 찍어낸 책 같았다. 정몽준이 직접 썼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수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쓸 당시 그는 6선 국회의원이었다. 누군가 6선 영감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쓴 책을 샀다면 그건 저자의 20년 넘는 현실 정치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견해를 듣고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의 약속>은 그저 자유니 민주주의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개념에 대해 아주 얕은 수준의 논의만 하다가 책을 끝내고 있다.

실망똥망....

후회 No.2. <나의 생명 이야기>

2006년1월 10일 서울대학교 측이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복제줄기세포 없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내 머릿속 첫 생각은 '아 그럼 나의 생명 이야기는 무쓸모하구나. 희롱당한 기분이다 ㅂㄷㅂㄷ' 이었다. 

황 교수가 한창 날릴때 어린 나는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듯이 그가 쓴 <나의 생명 이야기>를 사서 열심히 읽었다. 나는 세계적 과학자, 난치병을 치유해 줄 꿈의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라는 황우석이 전하는 따뜻한 생명 이야기가 참 좋았다. 책에 묘사된 서울대 연구실 분위기나 과학자들의 끈기와 노력이 감명깊었다. 

그런데 이것이 말짱 거짓이라는 소식을 접했으니 나는 충실한 독자로서 그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의 배신감이 줄기세포복제 기술에 명운을 걸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느낀 배신감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겠지만말이다.  

이런 배신감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 책을 다시 꺼내볼 수 있겠는가. <나의 생명 이야기>는 그 후 오랫동안 내 책장에서 그저 오랜 잠에 빠져있다. 

저자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게된 독자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모든 저자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책을 썼으면 좋겠다. 그저 한 때의 인기를 영위하기 위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책을 출판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책 한 권이 가지는 파급력은 그 자신이 절대 짐작하지 못할 수준이지 않는가.

후회 No.3. <강신주의 감정수업>     


책에는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이란 부제가 달려있다.  강신주라는 철학자가 워낙 핫하기도 했고, 스피노자에 대해 관심이 있기도 했었기에 망설임 없이 산 책이다. 노란 표지도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스피노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강신주의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스피노자 책을 직접 읽어야 한다는 것. 몇몇 철학자는 이해하기 너무 난해해서 그 철학자에 대해 연구한 다른 철학자의 주석을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이 그 정도로 난해하진 않다.

한마디로 스피노자가 알고싶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는 것은 작품을 읽기도 전에 작품해설을 읽는 격이다. 그것도 양념이 많이 들어간 주관적인 작품해설을.

이 책을 산 것을 후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실망에서다. 그는 최근 BOOK DB와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중요한 건 자기편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다른 편마저도 동감하도록 하는 거다.
라는 둥
페미니즘을 여기에 한 항목으로 넣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는 둥 수준 떨어지는 망발을 했다. 인간에 대한 그의 이해가 이 정도일진데 그의 저서를 읽어서 배울 것이 있는가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강신주의 문제적 인터뷰에 대한 내 견해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