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니는 회사 HR분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크릿 산타'라는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하셨다. 선물을 줄 사람을 프로그램으로 자동 매칭한 후, 시크릿 산타가 되어 선물을 주는 이벤트였다. 시크릿 산타의 소임을 다 하기 위해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서 선물할 책을 사겠다는 핑계로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데려왔다.
그래서 데려온 책이 <개소리에 대하여>와 <헌책방 기담 수집가>이다. <개소리에 대하여>는 직장 동료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고 <헌책방 기담 수집가>만 내 품에 남게 됐다.
살 땐 몰랐는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방지기인 윤성근 님이 쓴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사이트를 꽤나 수시로 드나들고 실제 매장도 한 번 가본적 있기에 나는 윤성근 님과 일방적인 내적 친밀감을 갖고 있다.
(그러고보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데려왔던 '푸코의 추'나 '중력의 무지개'를 아직도 못 읽고 있다.... 언제 읽을테냐!!)
내적 친밀감을 갖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헌책방 기담 수집가.
책 제목이 매우 적확하게 그 내용물을 설명하고 있다. 헌책방 사장인 저자가 책과 책과 얽힌 사연(=기담)을 수집해 엮은 책이다. 윤성근 님이 헌책에 담긴 이야기를 수집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 그러니까 의뢰인의 책을 찾아주고 그 사례로 사연을 받는 -- 방법일 줄은 몰랐다.
'사연을 들려주면 어떤 책이든 찾아드립니다' 라니.
나도 내가 찾을 수 없는 책을 만들어 그를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애석하게도 나에겐 '찾을 수 없는 찾고 싶은 책'이 없다.
각설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의 수확을 꼽으라면 당연히 내 책장 속에 (정확히는 리디북스 앱 속에) 잠자고 있던 보르헤스의 '픽션들'을 다시 깨웠다는 것이다.
책에 '픽션들'이 언급되지도 않고, 내가 픽션들의 저자가 보르헤스라는 것을 외우고 있지도 않았지만, 아래 대목을 읽으면서 보르헤스가 픽션들의 작가라는 것을 단번에 연결지을 수 있었다.
<픽션들> - YT이 추천했던 책이다. 책을 추천해달라고 청해 추천을 받은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읽지를 못 했으니, 청한 입장에서 다소 면이 안 선다. 물론 YT은 기억도 하지 못 할테지만 말이다.
자 헌책방 기담 수집가를 다 읽었으니, 픽션들을 읽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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