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멸종반란한국에서 <COP26배 지구먹방대회 시상식> 액션을 했다. 주중에도 연속으로 이뤄진 액션 기획과 준비 과정에는 거의 함께하지 못했다. 나중에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오간 대화를 보니 내가 분석한 것들이 활용돼 마음의 짐을 덜긴 했다. 그래도 마음이 쓰여 보도자료는 내가 쓰겠노라 하고 액션 당일 보도자료를 썼는데, 이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쓴 언론사는 없었다. 4시에 있었던 행진을 포기하고 홀로 카페에서 쓴 보도자료인데, 그것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 하고 기자들 메일함에서 잠만 자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 허하다. 


그리하여, 이곳에라도 기록해둔다.


멸종반란, 기후악당 시상식 열어 기후위기 주범 호명

수상자 목록에 포스코, SK, 탄중위 등 이름 올려

세계 곳곳서 터져나온 목소리 “권력 가진 자들의 말뿐인 기후위기 대응, 그들은 실패했다" 



6일 서울 홍대에서 기후악당 시상식이 열렸다. 스코틀랜드에서 세계 각국 정상과 기업이 모인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이하 ‘COP26’)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30년간 COP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선언하고 기후위기 주범을 호명한 시상식이다. 


이날 오전 멸종반란한국(이하 ‘멸종반란')은 <COP26배 지구먹방대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특히 책임이 큰 기업들과 말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외칠 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의사결정권자들을 기후위기 주범으로 선정, ‘기후악당 상'을 수여한 행사다. 시상식에서 호명된 수상자는 SK, 포스코, 한화, 두산, 하림 등 5개 기업과 문재인 행정부, 탄소중립위원회, 유럽연합(EU),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총 9명이다. 




‘지구 쏙쏙 뽑아먹기' 부문부터 ‘베스트 커플’ 부문까지, 다양한 시상 분야 눈길 


사진 설명 : <COP26배 기후먹방대회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분한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 김현지)



지구먹방대회 시상은 총 7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지구 쏙쏙 뽑아먹기' 부문 수상은 SK그룹에 돌아갔다. SK그룹은 국내외에서 신규 화석연료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 E&S는 호주에서  액화천연가스(이하 ‘LNG’)를 생산하는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서 LNG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활동가 류는 “SK는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화석연료 사업을 벌이면서 ‘탄소중립 LNG’라고 홍보하고 있다”라며 “창의적일 정도로 기만적인 그린워싱(녹색 위장주의)을 하고, LNG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청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SK의 뻔뻔함이 여러 후보 가운데 돋보였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진 설명 : ‘지구 쪽쪽 빨아먹기' 부문 수상 기업인 두산중공업 로고가 그려진 박스를 쓴 활동가의 모습. (사진 : 김현지) 



‘지구 쪽쪽 빨아먹기' 부문 수상자로는 두산중공업이 선정됐다. 두산중공업은 전체 매출의 약 80%가 석탄화력과 원자력 발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탈석탄 노력에 역행해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 화석연료 사에 참여하고 있다. 해당 부문 심사평을 한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 대표는 “두산중공업은 인도네시아,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곳곳에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돈을 버는 기업“이라면서 “그러면서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라고 홍보하고, 이를 폭로한 기후운동가들에게 1,84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라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심사를 밝혔다. 


‘뻥튀기 처먹기 부문' 수상 기업으로는 하림이 선정됐다. 하림은 ‘닭고기' 시장 점유율 국내 1위 기업이다. ‘동물복지'를 내세우지만, 동물을 존엄한 생명이 아닌 ‘먹거리'로 보고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혜린 서울애니멀세이브 활동가는 “하림이 말하는 동물 복지는 인간 동물 복지”라며 “닭을 동물이 아닌 음식이라고 속인 마케팅을 벌인 것에서 뻥튀기 처먹기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지구 탈탈 털어먹기' 부문 수상자로는 포스코가 선정됐다. 포스코는 2020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13.16%를 차지한 기업이다. 멸종반란의 활동가 벌새(활동명)는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팜유 농장에서 주민을 착취하고 열대우림을 파괴한 점 등을 고려하면 포스코가 이 상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 : 6일 서울 홍대에서 <COP26배 기후먹방대회 시상식>이 열렸다. (사진 : 김현지)



이외에도 지구 쌈싸먹기(수상자: 한화) 베스트 커플 부-문(수상자: 문재인 행정부 및 탄소중립위원회) 지구 갈라먹기 부문(수상자: EU 및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분야에서 시상이 이뤄졌다. 이날 심사위원으로는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김건수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 혜린 서울애니멀세이브 활동가가 함께했다. 






“권력 가진 자들의 말뿐인 기후위기 대응, 그들은 실패했다"... 세계 곳곳서 약동하는 기후정의 운동 


<COP26배 지구먹방대회 시상식>이 열린 6일,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은 COP26 기간에 맞춰 정해진 ‘기후정의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Global Day of Action for Climate Justice)’이다. 글로벌 행동의 날은 COP26이 열리고 있는 영국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COP26 연합체가 기후정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기획한 날로, 세계 곳곳의 기후정의 활동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날로 꾸려졌다.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 COP에 참석하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거대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도자들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 나아가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유엔 발표에 따르면, 기후변화 당사국이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 절감 공약으로는 2.7℃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정상들은 훌륭한 말들을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행동이나 희망, 꿈을 끌어내지 못하고 공허한 말과 약속만 남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멸종반란의 꿀벌(활동명)은 “오늘 행사는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한국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 그리고 탄소 배출과 생태 파괴에 앞장서면서 그린워싱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대기업을 규탄하는 고발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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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SK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손 떼게 목소리 내기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