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하면 다같이 망하는 조별과제 '기후위기 대응', 이 과제를 하기 위해 깔린 제일 큰 판 -->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
좀 괜찮은 훅을 찾다 실패해 다소 식상한 비유로 이 글을 시작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전 세계인이 같이하는 조별과제라는 비유다.
누구나 가슴 속에 조별과제 잔혹사 하나쯤 갖고 있을 테지. 조별과제라는 말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팀플은 피할 수 없다. 실패하면 '늙어 죽는 호사'를 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후위기라는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 이 과제를 하려고 벌린 판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판이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다. 영어로는 Conference of the Parties, 줄여서 COP다. 이제부터 COP로 표기 통일한다.
related posting : 기후변화 협약을 이해하기 위한 주요 개념들(상시 업데이트)
COP가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가장 큰 판이라는데, 나는 왜 몰랐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COP라는 말이 혹 낯설더라도 당신은 이미 COP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이 COP에서 팀플해 내놓은 중간 결과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당사국 총회인 COP 1은 1995년 열렸고, 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5번의 COP가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을 때 따로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등 이름을 붙여 이야기한다. 교토의정서는 1997년 열린 COP 3에서 채택된 국제 조약이고,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COP 21에서 체결된 국제 기후 협정이다.
# 갑자기 COP 얘기를 하는 이유 = COP 26 is about to happen
갑자기 왜 COP를 얘기를 해? 라는 궁금증이 들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26회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 26이 곧 열리기 때문! 원래 지난해 예정돼 있었는데 망할 코로나로 1년 미뤄져 2021년 10월 31일부터 약 2주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다.
# 벌써 26회 째라니, 그전에는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맥락 설명 좀
지금까지 COP를 설명하는 글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이런 거 혹은 이런 거. 수많은 정보 중 내 눈에 꽂히는 것들 위주로 간단히 정리한다.
< 1997년 - COP 3 - 교토의정서 채택 >
팀플 참가자 192개국이 COP 3에서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교토의정서는 일찍이 산업화를 거치며 인간 배출 온실가스에 책임이 더 큰 선진국(=부속서 1 국가)들에 더 큰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물었다. (feat,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공동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 부과)
선진국들은 감축 의무를 지는 것에 합의했고, 이로써 지구온난화 오염 감소를 목표로 한 세계 최초 국제 조약인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교토의정서는 55개국 이상의 비준과 , 비준 당사국 중 부속서 1에 해당하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할 때 발효되는데, 2001년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협약에서 탈퇴해 발효가 불투명해졌었다. 그러다가 2004년 11월, 러시아가 비준함으로써 발효가 가능해졌고 2005년 2월 16일 공식 발효되면서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됐다.
교토의정서의 주요 내용은 OECD 국가나 EU 등과 같은 선진국(부속서 I 국가들)은 2008~2012년 사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하도록 의무를 부담하게끔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를 설정(제3조)한 점과, 3가지 교토 메커니즘을 도출한 점, 국가 간 연합을 통한 공동 감축목표 달성과 온실가스를 삼품으로서 사고 팔 수 있게 했다는 점 등이다.
3가지 교토 메커니즘이란?
(1) CMD (Clean Development Mechanism)
온난화가스 저감노력에 시장 기능을 부가한 것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청정개발체제. 교토의정서 제12조. 선진국이 개도국에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 후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2) 의무국간 배출권거래제 (Emission Trading)
교토의정서 제17조.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이 자국에 할당된 양보다 추가적으로 감축한 경우, 그 추가분을 타국에 배출권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2002년 4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최초로 개설된 이래 관련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한편, EU는 2005년 1월부터 역내 배출권 거래제도인 EU Emission Trading Scheme을 시행했다.
(3) 선진국간 공동이행제도(Joint Implementation)
교토의정서 제4조. 당사자들 간 공동으로 이행하기로 한 합의가 있는 경우, 각 국가 간 투자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분의 일정분을 투자국이 배출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주목할 점은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으로 배출권거래 등 시장 메커니즘을 소환했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자유로운 시장 거래로 사고팔 수 있게 허용한 제도다.
더반 선언의 골자는 '탄소거래는 가짜 기후위기 솔루션'이라는 것. 주목할 만한 점은 전 세계 기후정의운동가들이 발표한 선언이란 사실이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 지구적 팀플인데.., COP 회담장 안에 모인 사람들에게만 맡겨두면 안 되기에, 돌아가는 상황 보니 회담장 안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잘 못 하는 것 같기에 회담장 밖에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출권거래제와 탄소거래에 대한 내용은 따로 포스팅하고 싶기에 이 정도로 줄인다.)
교토의정서는 그 효력이 2012년 만료됐다.
< 2001년 - COP 7 - 마라케시 합의 >
COP 3 때 도출된 교토의정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 지에 대한 합의문이 마라케시 합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비준, 이행방안을 따를지 팀플 참가국들이 최종 합의했다. 이때 선진국과 과도기 국가들에 대한 분류가 이뤄졌다.
참고로, 2001년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팀플 쉽지아나 ...😂
< 2005년 - COP 11 - 교토의정서 발효 >
10여 년의 논의를 거쳐,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2005년 공식 발효됐다.
< 2009년 - COP 15 >
COP 15는 코펜하겐에서 열렸는데, 훗날 이 COP는 특히나 '실망스런' COP로 기록됐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교토의정서 발효까지 왔으니, 이제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 체결 단계로 나아가고자 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팀플 참가국들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구속력 없는, 어겨도 그만인 합의문만 남겼다.
물론 약간의 성과도 있긴 하다. 이 회의에서 개발도상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 총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4조 원가량 기금을 조성하자는 목표가 수립됐다.
그리고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실무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이 2013년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문을 열었다. (참고로, 설립 승인은 2010년)
< 2015년 - COP 21 - 파리협정 >
위 사진 속 바이브, 느껴지는가? 모두 행복하다. 그렇다, COP 15는 가장 성공적인 팀플로 손꼽힌다. 교토의정서 이후 새로운 '파리 체제'라는 새로운 기후 국제질서, 신기후체제가 등장했다.
COP 15의 주요 성과는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2도 넘게 상승하는 것을 막고, 더욱 야심차게는 1.5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억제하자는 데 합의한 것. 팀플 참가자인 195개 나라가 '이러다 정말 다 죽겠으니 다 같이 으쌰으쌰 해보자!'라고 합의한 전 지구적 합의다.
COP 15 이후 COP들은 이 파리협정을 현실에서 출력하기 위한 실무 회의인바, 파리협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토의정서와 비교해 파리협정을 잠깐 살펴보자. 교토의정서는 2001년 미국 탈퇴, 2011년 캐나다 탈퇴, 2012년 일본과 러시아 탈퇴 (팀플 쉽지아나...) 등 이런저런 조별과제 잔혹사로 결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는 나라들만 참여했다. 파리협정은 다르다.
|
출처 | CNN |
2017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돌연 미국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조별과제 잔혹사 전조곡이 또다시 귓가에 들리는 듯... 했지만.! 2021년 1월 20일,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미국의 복귀를 선언했다. 이로써 이란, 터키, 에리트레아, 남수단, 예멘, 리비아, 이라크 등 7개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참가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95% 이상을 차지한다.
# 파리협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파리협정에 가입한 팀원들은 각 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영어로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줄여서 NDC라고 하는데, 앞으로 NDC로 표기를 통일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뉴스 조금 챙겨본다면, NDC를 들어봤을 것이다. 불과 며칠 전인 10월 18일,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NDC를 40%로 상향 제시해 뉴스에 많이 나왔기 때문!
40%라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 년도로 설정한 2018년 대비 4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뜻이다. 이전 우리나라가 발표했던 NDC는 24.4%였는데, 이전 목표보다 상향했다. (관련 기사 클릭)
얼핏 20%대에서 40%대로 올렸으니, 이 정도면 할 만큼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선 전대미문의 해결책이 나와줘야 되지 않겠나.
|
출처 : 기후행동트래커 |
물론 우리만 못 하고 있는 건 아니다. 파리협정 국가들은 매 5년마다 업데이트된 NDC를 제출해야 한다. 2015년 파리협정이 성사됐으니, 첫 번째 중간과제 제출 시기는 작년 2020년이었다.
2020년 과제 마감 시간에 맞춰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NDC를 제출했을까? 70개 나라만 했다. 또 기후행동트래커에 따르면, 제출한 나라들조차 그 목표치가 충분치 않았다. NDC를 제출한 나라 중 16개 나라만 1.5도 목표치에 부응한다.
# 돌고 돌아 다시 COP 26
하, 말이 너무 길었다. 다시금, 그래서 지금 코앞에 둔 COP 26로 돌아가보자.
2021년 1월, 파리기후협정이 발효됐다. 발효 후 처음 열리는 COP가 이번 COP 26이다.
이번에 열릴 팀 회의는 정말 중요하다. 이 회의에서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 다 한 수준. 그렇다면 이번 회의에서 당사국들이 모여 논의하는 내용들이 무엇일까.
일단 COP 26 공식 홈페이지에 네 가지 목표가 명시돼 있다.
첫째. 팀플원인 당사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즉 NDC를 발표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당사국들
1) 탈석탄을 가속화하고
2) 산림 파괴를 줄이고
3)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높이고
4) 재생에너지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사회와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적응에 나서야 한다.
셋째. 위 두 개의 목표 달성을 위한 금융을 동원해야 한다. 주로 개발도상국을 위한 재정 지원금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넷째. 다 함께 합의를 도출하고 행동하기 위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룰에 대한 합의문인 '파리 룰북(RuleBook)'을 완성한다. 참고로, 현재 합의에 도달치 못한 조항은 탄소시장 규칙 이행 부분!
이쯤에서 이 긴 글을 쓴 이유를 밝힌다. 곧 있을 COP 26에서 당사국들이 위 네 가지 목표를 잘 수행하느냐를 관심 갖고 잘 지켜보자는 것!
이 글 읽는 분들 중, 기자가 있으시다면 하고 싶은 말: '이거 설마 취재 안 하진 않으시겠죠?'
# COP 26, 그런데 지켜보기만 해도 될까?
To Be Continued...
덧) 틀린 내용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