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는 사람 A가 나에 대해, 지나간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다소 냉정한 스타일일 것 같다는 인상평을 했다.
흥미로운 인상평이었다. 실제 나는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영 지나간 이들을 영영 그리워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재질이다. 어린시절 키웠던 병아리랑 이별을 한 후 3년 동안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난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다. 지나간 인연은 미화되기 마련이고, 나는 그 인연들이 예쁘게 각색하고 각색해 소 여물 되새김질 하듯 되새김질한다.
한때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B는 잘 지낼까?
H를 함께 여행했던 C는 내가 H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을 추억한다는 것을 알까? 그에게도 그때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가는데 그 끝에는 그리움만 덩그라니 남는다.
쓸 수 있는 그리움 총량을 다 써서, 이제는 누구에게든 마음을 덜 주는 것 같다. 즉, 늙고 비겁해진 것이다. 고로 이제 화두는, '나는 언제까지 비겁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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