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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피해다니기
요며칠 발견한게 있다. 내가 사람들을 피해다닌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아는 사람들을 피해다닌다.
나는 공간이 텅 비어있을 때에만 그 공간을 찾는다. 종종 예상과 달리 아는 사람을 마주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이렇게 묻는다. '아니, 너 이 시간에 왜 여기 왔어?' 나는 '너랑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거든'이라고 답하고 싶지만, 삼키고 대신 다른 아무 말이나 둘러댄다. 그리고 속으로 상심한다. 더이상 그 공간에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이 바글대는 카페 따위로 피신한다.
누군가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면 굶주린 상태여도 대충 먹었다고 답한다. 아는 이가 없는, 그래서 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공간으로 피신해 밥을 먹고 싶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대도시의 익명성을 사랑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옆으로 스치는 나와는 무관한 사람들. 그 사이를 느리거나 빠르게 걷다보면 안전하다고 느낀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꽤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또 내 친구들에게 큰 사랑과 애정, 내가 참 멋진 사람들을 사귀었다는 놀라움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낯가림이 심한 편도 아니다. 따지자면 그 반대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도 즐기고 침묵을 배경으로 깔고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즐긴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잃은 것도 아니다. 타인은 언제나 흥미로운 존재다.
다만, 그들이 나 자신보다 흥미롭지는 않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나 자신이다. 그리고 내 가장 가까운 친구는 언제나, 영원히 책이다. 나 자신과 책. 무궁무진하고 끝이 없는 존재들. 이들을 독해하는 데 필요한 건 혼자 있는 시간, 필요치 않는건 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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