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8월 13일) , 데이터 저널리즘을 하는 뉴욕 기반 뉴스룸 The Markup (관련 포스팅 :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 비영리 뉴스룸)이 코로나 시대 비대면 수업 전환이 학력격차를 심화했다는 내용의 기사  'Remote Learning During the Pandemic Has Hit Vulnerable Students the Hardest'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2주 후 한국일보에서 비슷한 기사가 나왔다. 제목은 '멈춰 선 등교수업...벌어진 학력 격차 어떻게 극복하나' 이다. 


유사한 주제에 대하여,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룸인 The Markup이 쓴 기사와 한국일보가 쓴 기사는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 데이터 


먼저 두 기사에서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는 근거로 사용된 데이터들을 살펴보자.

한국일보 기사는 전국 초중고 교사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의뢰해 진행하고 배포한 설문조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설문조사 결과 이외에도 '수능 6월 모의평가 성적에서도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 성적이 양극화되면서 중위권의 규모가 줄었다'며 6월 모의평가 성적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기사가 제시하는 핵심 팩트인 데이터가 교육부가 발표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기사는 한국일보가 아닌 다른 언론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위와 같이 간단한 구글 검색만 해도 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그렇다면 The Markup 기사는 어떨까? 

The Markup은 15년차 고등학교 교사 Mirambeau의 사례로 기사를 시작한다.  Mirambeau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저소득층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The Markup은 이 내용을 소개하고 바로 이어 Online learning data obtained by The Markup backs up Mirambeau's observations. 라고 말하며,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간다. 

흥미롭게도! !!! ! ! 깃헙을 통해 데이터를 비롯해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한 소스코드까지 함께 제공한다. 

The Markup이 확보한 데이터는 미국 일부 지역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출석 현황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하드 팩터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학습 격차 심화 정도를 설문조사로 조사한 것과 또 다른 가치를 지닌다. 

더구나 The Markup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온 기사는 다른 언론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니크한 것이다. 



#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린 The Markup, 그렇지 않은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학력 격차를 다루며 성적에 따른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을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자기주도 학습이 되는 상위권은 비대면 수업 전환에 의한 타격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위권과 중위권의 학업 성적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읽으며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학생 집안의 '경제력'이다. 비대면 수업 전환에 따른 학력격차 심화 문제를 기사로 쓸 때, 경제력을 빼놓고 쓴다는 건 반쪽 기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한국일보 기사를 읽으며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이 아쉬움은 The Markup을 읽으며 해소됐다. The Markup은 학교가 속한 지역의 경제 수준에 따른 분석을 했고, 그 결과의 일부를 그래프로 제시한다. 

# 15 : 0, 두 기사에 등장한 하이퍼링크 갯수 비교 


마지막으로 눈에 띈 것은 두 기사에 등장한 하이퍼링크 갯수 (로 살짝 엿볼 수 있는 두 언론사의 개방성이)다.

The Markup 기사에 등장하는 하이퍼링크는 15개, 한국일보 기사에는 단 하나도 없음. 물론 두 기사의 절대적인 분량 자체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사의 분량과 상관 없이 한국 언론사들은 기사에 하이퍼링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왜 하이퍼링크 사용에 인색한 한국 언론이 아쉬운지는 다음 기사로 대체한다. 



물론 두 기사가 큰 틀에서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사가 더 잘 쓰였다고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분명한건,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기사는 후자에 가깝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