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SOCIETY


어쩔 수 없는 문제 : 종이책의 유혹


올해 초, 더는 종이책을 사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물론 허황된 목표였다. 벌써 여러번 '어쩔 수 없지 뭐. 이 책은 사야겠어' 라며 종이책을 사버렸고, 오늘 이 증상이 폭발했다. 얼마 전 친구들과 같이 들르는 바람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 서점은 혼자 가는 게 여러 사람과 가는 것보다 100배 좋은 곳이다. 더 둘러보고 싶은데 일행이 이미 서점 구경을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그 불안한 심정이란... 😭) THE BOOK SOCIETY를 다시 찾은 것.




코로나와 빗줄기를 뚫고 길을 나설 때부터 나는 '오늘은 내 호흡대로 마음껏 더북소사이어티를 둘러보겠어. 그리고 매혹의 책을 발견해 사버리겠어' 라고 마음 먹었다. 그 결과 오랜만에 2017년 4월을 마지막으로 쓰지 않은 '입양 도서' 목록을 작성한다.


2020년 9월 마지막 주 입양 도서 리스트


1. < 채식, 뭐 좀 물어봐도 돼? > _ 송기영 



'불편한 질문들을 마주하는 당신을 위한 지침서'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다. 슬기로운 비건 지향 라이프를 위해 구매.


2. < 새로운 질서 > _ 민구홍

새로운 질서는 미디어버스가 기획한 한 시간 총서 시리즈 No.5 다. 시리즈 이름으로 미루어보아 이 책을 읽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책 값이 1만 원이니, 나는 주제에 안 맞게 과소비를 한 것 같다.


덧) 미디어버스 : 2010년 시작된 더 북 소사이어티의 출판, 편집, 기획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

책 속 한 구절

글쓰기 실력, 컴퓨터 언어를 도구 삼아 다루는 일, 즉 코딩은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아니, 코딩은 실제로 글쓰기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에서 자신이, 나아가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순전한 이기심.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죽은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보복하려는 욕망. 둘째,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와 적절하게 배열된 말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나누려는 욕망. 셋째, 역사정 충동. 있는 그대로 본 사물이나 사건에서 발견한 진실을 후대에 전하려는 욕망. 넷째, 정치적 목적.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코딩으로 <동물농장>이나 <1984>을 구현할 필요는 없지만, 오웰의 욕망은 코딩에도 완전히 부합한다. 


3. < SP-1 비평적 개인으로서의 피해자를 위한 젠더 폭력 법적 대응 안내서 > _ 셰도우 핀즈 


제일 먼저 집어든 책 - 


셰도우 핀즈(Shadow Pin)는 여성주의 법학 담론을 모색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젠더 폭력 피해 당사자의 사건 기소 이후 법리적 공방 대처를 실제적으로 돕고, 관련 법률과 수사, 재판과정 전반에 대한 피해자 개인의 비평적 관점과 행위성을 지지한다. 셰도우 핀즈 멤버 과반이 젠더 폭력 범죄의 고소인, 피고소인이라고 한다. 

향해 할 때 방위를 측정하는 기구를 뜻하는 단어 '셰도우 핀'. 

셰도우 핀즈가 프로젝트 그룹 이름을 셰도우 핀으로 정한 건 젠더 폭력 피해를 법정으로 가져갔을 때 느꼈을 막막함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아직 읽지 않았지만, 보석같은 책이다. 


4. 현실탐구단 보고서 03 


발목 위치에 있는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현실탐구단 보고서. 현실탐구단은 현실 문제를 탐구하는 글쓰기 소모임이다. (오늘 처음 알게된 모임) 

서점에는 보고서 03, 05, 08, 10이 있었는데 이중 03을 데려왔다. 


글쓰기 욕구가 다시 한뼘 차오른다. 



그 외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