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삶이 아주 지긋지긋해.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아. 지긋지긋해 죽겠어"라며 우는 소리를 내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즉 자신의 삶을 희생해 서포트한 가족들에게서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평생을 가족 뒷바라지로 보냈는데 이들의 아웃풋이 당신 보시기에 영 시원찮을 때 얼마나 못마땅하겠는가.

나는 엄마에게 '당신의 희망을 다른 가족들에게서 찾지 말고 당신 스스로, 가족의 삶과 당신의 삶을 분리해서 당신 삶 안에서 찾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엄마의 돌봄 노동의 수혜자로서, 때문에 죄인으로서 차마 그런 말을 할 염치가 없었다.

다만 내 삶을 누군가에게 희생하지 않겠노라는 다짐만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