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앨라이(ALLY) 뱃지


#다녀오다_페미니즘 멀티 카페 'Doing' 오픈식


머리를 채 말리지 않고 집을 나섰다. 
페미니즘 멀티 카페 Doing의 오픈식은 5:30 pm. 
카페가 역에서 어느 정도 거리인지 모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카페가 있는 청담역에서 내렸다. 
좀처럼 갈 일이 없어서 처음 하차해보는 청담역. 
Doing은 청담역 5번 출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다. 
길고 좁다란, 노란색 문으로 들어가 흰색 복도를 따라 내려갔더니 작은 공간이 나왔다. 

다행히 10분 정도밖에 늦지 않았다. 
30여 명 정도의 손님(?) 축하객(?)들이 있었고 오픈식이어서 그런지 정장을 빼입은 사장님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메인 공간과 분리된 공간에 피자, 김밥 등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늦은 만큼 빠른 눈으로 빈자리를 스캔해 냉큼 엉덩이를 붙였다.
옆에 앉은 남자가 '죄송한데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말했다. 
'앗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뒷자리에 옮겨 앉았다. 
잠시 후 앞에 남자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음식을 가지고 내가 앞자리에 앉았다. 
예뻐 보이는 커플이었다. 
나에게도 페미니즘 카페에 같이 올 수 있는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연애주의 잡지 '계간홀로'를 읽었다. 

사장님과 바리스타의 인사말 후 오픈식 강연자로 초대된 한채윤 씨의 강연까지 1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며 카페를 둘러봤다. 
카페의 한 벽면 전체는 책장.
#페미니즘과 과학 #페미니즘과 남성 #페미니즘과 종교, 이런 식으로 분류된 책들이 꽂혀 있었다. 
#페미니즘과 과학_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고 싶었지만 위에서 두 번째 칸에 있었고 손이 닿지 않았다. 
카페를 둘러보다가 생리컵을 샀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며 죄책감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면생리대를 사용하자니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주저하던 차에 도전해볼만한 방법이다. 
값은 28000원. 

얼마 후 한채윤 씨가 도착했다. 
그가 공저로 참여한 책, <성의 정치 성의 권리>을 챙겨오지 못해 아쉬웠다. 
아쉬운 대로 메모지에 한채윤 씨의 사인을 받았다.

한채윤 씨는 '혐오와 차별에 웃으면서 싸우는 방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웃으며 싸우자고 했다. 
물론 싸움의 상대는 차별과 불평등이다.

강의를 다 듣고 앨라이(ALLY) 캠페인 참여에 서명했다. 
앨라이는 '지지자'를 뜻한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퀴어를 지지하고, 시스젠더이지만 트랜스젠더를 지지한다. 
집에 와서 앨라이 뱃지를 백팩에 달았다. 
PO앨라이WER가 된 기분이다. 


#페미니즘 카페에 대하여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카페는 97년 5월13일 문을 연 '고마'이다. 
고마는 단군건국 이전, 부족국가 시절 모계제 사회이자 곰을 섬기던 부족의 부족신을 뜻한다. 
'페미니즘 카페 고마'로 검색하면 2000년대 초반까지 관련 기사가 나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고마가 영업을 한 것인지 혹은 2000년대 기사에서의 카페 고마는 온라인 카페 고마를 뜻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쨌든 09학번으로 신촌에서 대학생활을 한 내가 오늘 '고마'를 처음 들은 것으로 미루어봤을 때 고마가 없어진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오늘 새로운 페미니즘 카페가 오픈한 것이 기쁘다.

#오늘 알게 된 것_6색 무지개

무지개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색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지개가 일곱 빛깔 무지개가 아니라 '6색 무지개'라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호오 새로운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