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둔한 머리로 태어났다. 태어나 살다보니 그랬다. 책을 읽으면 한 번에 소화하지 못하고 몇 년 후에 다시 그 책을 읽어야나 겨우 '얼핏' 이해한다. 이런 아둔함을 타고났으면서도 책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자못 기특하다가도, 그렇게 책을 좋아하면서도 아둔함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내 꼴이 안쓰럽다.

이제는 이게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민하고 싶지만 아둔한 천성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