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detective fiction) 장르에 입문했다. 입문서는 존 더닝의 <책 사냥꾼의 죽음>_존 더닝. 원제는 <Booked To Die>.

book (예약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정직하게 옮기면 '죽음을 예약했다'로 번역돼야 맞다. book은 명사로 '책'이기 '책 때문에 죽다'라는 뜻도 있어 이중적이다. 처음에는 Booked To Die를 <책 사냥꾼의 죽음>으로 옮겨놓은 게 못마땅했다. 나라면 어떻게 번역했을지 잠시 생각해봤다. 괜찮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못마땅함을 거둬들였다.

존 더닝은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아리송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고 책을 끝까지 붙잡고 있게끔 만들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평타는 치는 듯하다. 다만 범인이 밝혀지고 구구절절이 설명을 늘어놓아서 뭔가 쿨하지 않았다. 진짜 괜찮은 탐정소설이라면 이런저런 설명을 나열할 필요가 없이,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 독자가 이마를 탁 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화자는 소설의 남주이자 이 시리즈 제목이기도 한 '클리프 제인웨이'다. 제인웨이는 경찰로 일하다가 서점을 내고 북 딜러가 됐다. 여주인 리타 매킨리 역시 북 딜러다.

존 더닝은 여느 소설가가 그러하듯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이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꽤 애를 썼다. 그런데 그 솜씨가 그다지 뛰어나진 않다. 시간을 내서 그의 책을 읽고 있는 독자로서는 퍽 슬픈 일이다.

제인웨이가 매킨리에게 매력을 느끼고 나아가 그에게 접근하는 돌발 행동은 전혀 와닿지 않았다. 존 더닝이 소설 전반부 내내 만들어 놓은 제인웨이의 캐릭터와 너무 달랐고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소설의 절반이 지나도록 제인웨이를 꽤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놓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부터 내 주인공이 얼마나 입체적인지 보여줄게'하는 것도 웃겼다.

제인웨이가 갑자기 '매킨리는 넘나 예뿌고 매력적이야 > < ' 이러더니 "2시쯤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략) 올라가서 당신 책들을 보고 싶어요, 파악하는 걸 도와줘요"라면서 추파를 던지는 건 거의 멍청해 보였다. 그러더니 리타 매킨리와 잠자리를 갖고 나자 다시 시시한 남자로 돌아가는 것 역시 멍청했다.

제인웨이가 수사를 하면서 지나치게 직감에 기대는 것도 현실성 없었다. 이런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경찰이 있다면 나는 그를 절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괜찮았던 문장들을 적어둔다.

'모든 것의 가격은 알지만 그 무엇의 가치도 모르는 사람들' -오스카 와일드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의 원작자는 프랭크 바움이다. 바움은 속편을 쓸 생각이 없었으나 어린 독자들의 요청으로 죽을 때까지 총 13권의 속편을 냈다. 바움의 사망 후 루스플럼리 톰슨이 속편 21권을 썼고 잭스노가 2권을 썼다. 
책임은 쉽게, 거의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서 나의 어깨로 옮겨 탄다. 
내가 배운 두 번째 사실은 운으로 책을 찾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었다. 사냥은 무작위로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이 잉ㅆ는 곳에 내가 있어야 했다. 언제나 있어야 했다. 
그때 문이 활짝 열리며 리타 매킨리가 내 인생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다음날은 다른 날들과 똑같이 시작했다. 어떻게 끝났는지는 다른 이야기다. 
의견은 똥구멍과 비슷하지. 누구나 하나씩은 있어.